도쿄 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 137㎞의 긴 코스를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대장정에서 


사이클을 본격적으로 탄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무명의 선수가 세계적인 강호들을 모조리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오스트리아의 안나 키젠호퍼(30·사진).

 

그는 이날 열린 경기에서 3시간5245초의 기록으로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2연패를 노린 2016년 리우 올림픽 챔피언 반데르 브레헨(네덜란드)은 15위에 그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었다. 초반 2㎞ 지점부터 치고 나간 공격적인 레이스가 주효했다. 후위 그룹에는 다수의 우승 후보가 포진한 네덜란드 선수들이 있었지만 시종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이색적인 키젠호퍼의 경력은 그의 깜짝 금메달만큼이나 화제가 됐다. 오스트리아 빈 공대를 졸업한 키젠호퍼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스페인의 대학 등에서 공부하며 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스위스의 한 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가 사이클 선수로서 본격적으로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짧은 경력 탓에 그동안 특출한 성적은 내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44위, 올해 열린 오스트리아 국내 선수권에서도 6위에 그쳤다.

키젠호퍼는 인터뷰에서 “나는 아마추어다. 식단은 물론, 장비와 레이스 플랜 등 모든 것을 내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오히려 그것이 나의 자부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부’가 본업인지라 전문 선수들과 같은 수준의 훈련을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수입의 거의 전부를 사이클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공부와 사이클을 계속 병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